좋은 사람은 더 가까이, 나를 소모시키는 관계는 조금씩 내려놓는 법
살면서 가장 많이 변하는 것 중 하나는 사람에 대한 생각입니다.
20대에는 친구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명함이 많고, 연락처에 이름이 많을수록 세상을 넓게 살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모임에 나가고, 인간관계를 넓히는 것이 성공의 한 부분처럼 느껴졌습니다.
30대와 40대에는 직장과 사업, 아이들 학교, 각종 모임까지 더해지면서 만나는 사람은 더욱 많아졌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만큼 인간관계도 넓어졌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50대가 되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달력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조금 현실적인 질문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점점 더 소중해집니다. 돈은 다시 벌 수 있지만, 오늘 하루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사람의 숫자보다 누구와 시간을 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사람이 많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고, 늘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히려 사람이 많을수록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아집니다.
누군가의 경조사를 챙겨야 하고, 모임 일정도 맞춰야 하고, 연락이 오면 괜히 미안해서 나가게 되는 날도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분명 즐겁습니다.
하지만 모든 만남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하루의 에너지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느냐’보다 ‘누구를 만나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제 마음속에는 두 개의 원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아주 단순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종이에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늘 마음속으로 하나의 그림을 떠올립니다.
가장 가운데에는 ‘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위를 두 개의 동그란 원이 감싸고 있습니다.
첫 번째 원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가족일 수도 있고, 오랜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기쁜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굳이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해해 줄 사람.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아도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한 사람.
이 사람들이 첫 번째 원 안에 있습니다.
두 번째 원에는 좋은 인연들이 있습니다.
취미 모임에서 만난 사람.
골프를 함께 치는 사람.
악기 동호회에서 알게 된 사람.
같이 웃고 식사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서로의 삶을 지나치게 침범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 밖에는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업을 하며 만난 사람.
행사에서 잠깐 인연을 맺은 사람.
모임에서 한두 번 마주친 사람.
이분들도 모두 소중한 인연입니다.
다만 저는 모든 사람을 첫 번째 원 안으로 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냉정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반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쓰기 위해서였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잘하려고 하면 결국 누구에게도 충분한 시간을 쓰지 못하게 됩니다.
반대로 정말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더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마음속으로 조용히 생각해 봅니다.
‘이분은 어느 원 안에 계시는 분일까?’
이것은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이 아닙니다.
내 시간과 마음을 어디에 가장 많이 쓰고 싶은지를 스스로 정리하는 방법일 뿐입니다.
호의는 반복되면 당연함이 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사람들과 식사를 하면 제가 계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사업을 한다는 이유도 있었고, 그냥 제가 사고 싶어서 계산한 적도 많았습니다.
‘오늘은 내가 살게.’
이 한마디를 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상대가 기분 좋게 웃으면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부터는 고마워하기보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생긴 것입니다.
제가 계산하지 않는 날에는 잠깐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기도 했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호의도 계속되면 당연한 일이 되는구나.’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계산하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한 사람이 계속 베푸는 구조가 오래 지속되면 균형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누군가를 덜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닙니다.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조금 더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사고 싶은 날에는 기분 좋게 계산합니다.
상대가 계산하고 싶어 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받습니다.
또 어떤 날은 각자 계산하는 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관계는 누가 더 많이 베풀었는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담 없이 오래 만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2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