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노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떠나도 잊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 사람의 노래 속에 우리의 젊은 시절이 함께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예전 팝송을 듣고 싶어졌다.

컴퓨터를 켜고 자연스럽게 검색창에 이름 하나를 입력했다.

Whitney Houston.

재생 버튼을 누르자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Saving All My Love for You.

몇 초가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노래를 듣고 있는 것은 분명 지금인데, 마음은 어느새 30여 년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젊었던 나.

친구들과 음악 이야기를 하던 시간.

음반가게를 기웃거리던 주말.

카세트테이프를 뒤집어가며 반복해서 듣던 노래.

좋은 음악은 참 신기하다.

노래 한 곡이 시간을 되돌려 놓는다.

그리고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게 해 준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는 지금 생각해도 팝 음악이 가장 화려했던 시대였다.

텔레비전에서는 새로운 뮤직비디오가 소개되었고, 음반가게에는 해외 가수들의 LP와 CD가 진열되어 있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누군가 좋은 노래를 알게 되면 친구에게 직접 들려주고, 음반을 빌려주고, 가사를 함께 읽으며 음악을 즐겼다.

나 역시 용돈을 모아 조금씩 음반을 샀다.

앨범을 펼치면 커다란 사진이 있었고, 가사를 읽으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지금처럼 스트리밍으로 언제든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한 장의 음반은 더 소중했다.

그 수많은 음반들 가운데 지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휘트니 휴스턴.

1963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그녀는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어머니인 시시 휴스턴 역시 뛰어난 가스펠 가수였고, 사촌은 디온 워윅, 대모는 아레사 프랭클린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노래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1985년 발표한 첫 앨범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신인이 맞나 싶을 정도의 완성도였다.

그녀는 데뷔 앨범으로 여러 곡을 연속 히트시키며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가 바로 Saving All My Love for You였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멜로디.

부드럽지만 폭발적인 목소리.

절제된 감정 표현.

그녀만이 낼 수 있는 음색이었다.

이 노래를 들으면 항상 그 시절의 풍경이 함께 떠오른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노래가 있다.

Greatest Love of All.

처음에는 단순한 발라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노래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점점 크게 다가왔다.

‘가장 위대한 사랑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잘 몰랐던 가사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좋은 음악은 나이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20대에는 멜로디가 좋았고,

30대에는 가사가 들렸고,

50대가 되니 노래 속 인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정말 눈부셨다.

당시 세계에는 수많은 스타들이 있었다.

마이클 잭슨.

조지 마이클.

마돈나.

필 콜린스.

스팅.

퀸.

엘튼 존.

하지만 여성 보컬만 놓고 본다면 휘트니 휴스턴은 독보적인 존재였다.

맑고 깨끗한 음색.

압도적인 성량.

높은 음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가창력.

지금도 최고의 여성 보컬을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1992년 영화 **보디가드(The Bodyguard)**는 그녀를 단순한 가수가 아닌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와 함께 발표된 I Will Always Love You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발라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전율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조용히 시작하다가 후렴에서 폭발하는 목소리.

당시 그 노래를 듣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정말 화려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었다.

성공은 계속될 것 같았지만 그녀의 삶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혼 생활의 어려움.

약물 문제.

목소리의 변화.

예전 같지 않은 공연.

팬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12년.

호텔 욕조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보았다.

순간 믿기 어려웠다.

‘설마.’

뉴스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 얼마 전까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사람인데.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우리가 함께 청춘을 보냈던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난다는 것이다.

배우도 그렇고,

운동선수도 그렇고,

가수도 그렇다.

직접 만난 적도 없고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허전하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 사람의 노래와 함께 내 젊은 시절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이 떠났다는 것은 그 시대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아련하다.

요즘은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수천만 곡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정말 편리한 세상이다.

하지만 가끔은 예전처럼 음반을 손에 들고 앨범 속 사진을 넘기며 음악을 듣던 시간이 그립다.

음반을 사기 위해 용돈을 모으던 설렘.

새 CD의 비닐을 벗기던 순간.

첫 트랙을 재생하기 전의 기대감.

그 모든 것이 음악의 일부였다.

그래서 지금도 오래된 CD를 버리지 못한다.

그 안에는 노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청춘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떠난다.

하지만 음악은 남는다.

지금도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Saving All My Love for You가 흘러나오면 나는 잠시 30년 전의 내가 된다.

Greatest Love of All을 들으면 인생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된다.

좋은 음악은 늙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도 우리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

어쩌면 그것이 음악이 가진 가장 큰 힘인지도 모른다.

휘트니 휴스턴은 떠났지만 그녀의 노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들의 추억 속에서 계속 울려 퍼질 것이다.

🎵 오늘의 추천곡

Saving All My Love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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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est Love of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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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ll Always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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